언제 구매를 했는지 알 수도 없는 노키아의 터치폰 5800 Xpress Music.

모델명이 너무 길어서 흔히 '잉뮤', '익뮤', 오팔이' 등으로 줄여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니 무려 2009년에 출시한 모델이네요.

얼핏 기억나기로는 2009년 겨울인가, 2010년 초인가 구매를 했던 거 같은데

그 전에는 피쳐폰만 사용해와서 '스마트폰'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지금 보면 엄청 느린 스크롤과 반응속도, 게다가 정전식 터치가 아닌 감압식 터치에

겁나게 두꺼운 휴대폰 두께와 코딱지 만한 3.2인치 LCD화면 등... '스마트'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_-;


'그런데 이런 놈을 이제와서 대체 왜 꺼냈냐!?'


다른 사람이 MP3P로 사용하는 걸 보고 '아~ 나도 저거 있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구요.

집에와서 얼른 꺼내보니 배터리의 방전 상태로 고이 구석에 잠들어 있는 녀석...

충전을 해보니 배터리도 부풀지 않고 잘 있네요. :)


오랜만에 켠 기념으로 노래를 외장스피커로 재생.

햐~ 스테레오 스피커에서 뿜어져나오는 박력있는 사운드는 요즘 나오는 휴대폰의 스피커 따위 모조리 씹어먹을 듯.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연결해도 화이트 노이즈가 거~의 없습니다.

여전히 익뮤가 MP3P로 사랑받는 이유 중에 하나죠.


그러나 저는 이 녀석을 들고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는 말씀.



320만 화소밖에 안 되지만 Carl Zeiss Tessar 2.8/3.7 렌즈의 파워

요즘 나오는 휴대폰의 카메라 해상도는 기본 1000만 화소부터 시작하는 걸 보면

익뮤의 320만 화소는 참,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그런 해상도죠.

그러나 칼짜이즈 테사 렌즈의 덕분인지 사진을 찍어보면 '헐? 생각보다 잘 나온다?'라는 느낌이 드네요.


게다가 LCD의 색감이 개판이라 그런지 찍은 사진을 익뮤에서 보면 더더욱 엉망인 것처럼 보이는데

PC로 옮긴 다음 제대로 보면 익뮤의 사진이 오히려 요즘의 1000만화소 휴대폰 카메라의 사진 품질보다 어떤 부분은 더 뛰어납니다.





화이트 밸런스는 가끔 엉망일 때가 있지만..

간혹 특정 조건에서는 화이트밸런스를 전혀 못 잡거나 엉뚱한 색으로 잡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만

화밸 못 잡는 건 익뮤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문제가 될 게 없네요.


게다가 이 쪼매난 녀석이 반셔터도 지원을 한다는 거.. -_-;



초점 위치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는 단점

화밸도 크게 문제될 거 없고 날카로운 선예도도 좋지만 단점은 의외로 '가운데 고정되어 있는 초점'에 있는 듯.

초점을 잡는 범위가 가운데 고정되어 있으니 구도를 마음대로 잡을 수가 없습니다. ㅜ_ㅜ

그렇다보니 물체를 접사할 때는 대상을 가운데 이 외에 다른 모서리에 배치하기가 조금 불편하네요.


물론, 가운데에서 초점 잡고 구석으로 옮기면 되지만 옮기가 거리가 조금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만 초점이 안 맞게 찍힐 수가 있다는 거.






작다고 토이 카메라로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칠 듯

사실, 오랜만에 익뮤를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건

오래된 저해상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토이 카메라의 느낌이 나지 않을까'라는 단순 무식한 이유였습니다...만

찍고 와서 느낀 건 해상도는 낮지만 디카 못지 않은 고품질의 사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요즘 나오는 디카와 비교를 한다는 건 무리겠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카메라 중에 하나인 듯.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익뮤로 2015년의 봄을 한 장씩 담아 오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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