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1일, 3월의 마지막날을 기념하기 위해 떠난 부산 나들이.
매번 아침 일찍 떠나자는 다짐은 지키지 못하고 10시가 넘은 느지막한 시간에 부산행 기차를 잡아타고 무작정 떠났어요.
부산으로 이사 간 20년지기 친구를 2년 만에 만나기로 한 마음에 왠지 들뜨는 기분 때문인지
주말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꽃샘추위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녹음이 다른 곳보다 훨씬 짙어 보이는게 마치 여기는 다른 나라 같은 느낌?
당일치기 일정인지라 점심 때 친구를 잠깐 만나서 밥을 한 끼 같이 먹고서 다음에 또 보기를 약속하고
해운대에 있는 동백섬으로 바삐 서둘렀어요.
가는 길에 얼굴에 물감을 바른 내외국인들이 눈에 띄길래 뭔가 했는데 해운대에서 무슨 이벤트를 하고 있었던 듯.

쌀쌀한 날씨와 강한 바닷바람의 조합은 생각보다 호락호락 하지 않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고 갈매기에게 먹이를 던지는 등
각자의 시간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어보였습니다.

동백공원은 해운대에서 우측에 보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네요.
열심히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서 동백 공원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송이째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을 볼 수 있네요.
특이한 것은 꽃 아래에 군데군데 얼룩이 져있길래 뭔가 했더니 바로 동백꿀이 떨어진 흔적이라고...
잎사귀나 꽃의 끝에 방울방울 맺힌 꿀을 새끼손가락으로 훑어 혓바닥을 대보니 정말 향긋하고 달작지근한 맛이
추위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었습니다.
부산 여행에서 돌아온 지가 한참 지난 지금도 그 맛이 가끔 입 안에서 맴도네요. 


동백 공원은 그냥 길을 죽~ 따라 걷다보면 APEC이 열렸던 누리마루와 인어상을 끝으로 다시 해운대로 나오게 되는데
걷는 도중 곳곳에서 코를 자극하는 이상한 냄새가 났더라구요.
마치 수영장 소독약 냄새 같기도 하고 닭똥 냄새같기도 하고 여튼 고약한 냄새가 났는데 알고 보니 동백공원의
사스레피 나무에서 나는 계분(닭똥)냄새라고 하네요.

그 냄새에서 진정효과와 살균작용이 있다고 하지만 냄새가 날 때마다
'몸에 좋은 냄새다'며 참고 넘기기엔 뭔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_-;
동백꽃은 절대 냄새가 고약하지 않고 범인은 사스레피 나무니까 괜히 동백꽃 냄새가 고약하다는 오해들 없으시길 바라요~

동백공원은 말 그대로 동백이 없을 때 간다면 산책코스 그 이상은 아닌 느낌이네요.
다음 찾아오는 봄에 타이밍 잘 맞춰서 동백꽃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간다면 정말 멋진 여행지가 될 듯!
물론,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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