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4일 봄이 오나 싶다가 느닷없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어느 지역에서는 폭설이 내리는 등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도중... 일요일 오후가 되니 햇살이 비치면서 조금 포근한 기운이 감도네요.

지난 주 피기 시작한 신천 강변의 벚꽃과 개나리 등의 꽃나무를 이번 주에 만개했나 싶은 마음에
이사와 기타 육체적 노동 때문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외출을 감행했어요. 

오후 느지막이 출발하는지라 점심은 해결을 했는데 그동안 맛집 기행을 한답시로 맵고 짠 음식에 지쳤는지
또 그런 음식들은 뭔가 땡기지 않고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김밥을 몇 줄 사서 강변을 걷다가
저녁시간이 되면 벤치에서 까먹기로 합의하고 김밥을 사러 대동김밥으로 향했습니다.

막상 도착하니까 지난 10년여간을 굉장히 자주 다닌 길인데 여기에 김밥집이 있었나 싶더라구요. -_-;

점심 때는 지나고 저녁 때는 너무 이른 세 시 가량 도착한 가게 안은 손님이 하나도 없이 한이 한산하네요.
김밥을 사러 온 우리를 발견하고는 미처 알아채지 못하셨던지 멋쩍게 활짝 웃으시며
김밥 재료가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여유있게 김밥을 말아 주시더라구요.

큼지막한 김 한 장에 밥을 한 주걱 듬뿍 퍼서 넓게 펴고 재료가 얹힐 곳에 깨소금을 뿌린 뒤
달걀부침, 부추절임, 당근, 우엉, 어묵, 햄, 단무지의 속재료를 가득가득 얹은 뒤에 김발로 꼭꼭 말아서
참기름을 살살 바르고 깨를 송송 뿌립니다.

김밥을 싸는 뒷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에 많이 봤던 어머니의 김밥 싸는 모습과 오버랩되는 느낌이네요.
괜히 마음도 뭉클해지고 뭔가 정감어린 느낌.. 세 줄을 주문했는데 어느 것 하나 대충 싸지 않으셨어요.

김밥천국, 김밥 파는 사람들과 같이 미리 대량의 김밥을 싸놓고 파는 집처럼 작은 사이즈에 밥도 개미눈물만큼
들어간 그런 김밥이 아니라 아니라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밥솥에서 밥을 퍼서 바로바로 싸주시는지라
양도 많고 따끈하고 단순히 간단하게 허기만 해결하는 간식거리가 아닌 한 끼를 배부르게 때우는 그런 엄마 김밥입니다.
단, 시간이 촉박하신 분들은 방문 전에 미리 전화를 하시는 편이 좋을 듯.

한 줄에 1500원, 세 줄의 김밥을 싸들고 강변을 산책하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신천 강가에서 먹는 김밥의 맛은 정말 최고!
돈 아깝게 사서 먹는 김밥이 아니라 그냥 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는, 그 느낌 그대로입니다.


대동김밥
주소 대구 북구 칠성동2가 342-19
설명 일반 김밥들 보다 많은 내용물이 들어있어 집에서 싸먹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분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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