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 부근 먹거리 골목에 위치한 유낭.


저녁을 먹을 때마다 매번 후보에 이름이 올라가는 일본 가정식 전문점(?) 유낭은

하루에 판매하는 양이 제한적이라서 먹고 싶어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그런 식당 중에 하나입니다.


2013년 8월 처음 방문한 이후 그래도 나름 4~5번 들린 곳인데

카메라를 바꾼 이후로는 한 번도 사진을 찍은 적이 없네요.

사실, 카메라를 바꾸고서는 매번 재료가 떨어졌거나 영업 자체를 안 하는 때가 많아가지고 못 찍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듯.


방문한 시간이 6시 30분 정도 됐는데 평상시 같으면 재료가 떨어져서 이미 영업이 종료됐거나, 자리가 없거나

둘 중에 하나였어야 하지만 굉장히 춥고 돌풍에 가까운 바람이 부는 날씨 때문에 손님이 없더라구요.


다른 메뉴를 한 번 먹고 싶었지만 음~ 오랜만에 갔으니 포스팅 A/S도 할 겸 매번 먹던 가츠동(돈까스 덮밥, 6500원)과

가라아게동(치킨 카레덮밥, 6500원)을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아,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유낭은 주문 이후 음식을 만드는 관계로 다른 식당에 비해 굉장히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점.



육즙이 살아있는 두툼한 돼지고기의 돈까스, 전혀 짜지 않은 카레와 방금 튀겨낸 치킨이 장점인 치킨 카레덮밥

유낭은 식당들에 비해 맛의 편차가 상당히 있는 편이예요.

어떤 날은 가면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로 낸 국물이 엄청 매울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싱거울 때도 있고..

이번에 갔을 때는 소금이 들어가지 않고 재료로만 맛을 낸 가쓰오부시 국물이 나왔는데

사실, 간이 전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맛있어!'라는 느낌은 전혀 없지만 짠맛이 사라지니까 가다랑어포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츠동은 처음 나왔을 때는 돈까스가 바삭하고 두툼한 고기의 육즙이 살아있어서 씹을 때 식감이 좋더라구요.

뿌려진 녹색의 향신채는 느끼함을 좀 잡아주면서 맛을 풍부하게 해주고 익은 양파는 달달한 맛을 더해주는 게

다른 음식들에 비해 적당한 간이 되어 있습니다..만 역시나, 다른 식당과 비교를 한다면 '싱겁다'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치킨 카레덮밥의 경우 기본적으로 카레에 짠맛이 좀 있는데 전혀 짜지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맵지도 않지만 카레 특유의 그 향은 '카레가 맞구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금방 튀겨나온 치킨이 바삭하고 고소해서 괜찮지만 객관적으로 본다면 정말 맛있는 치킨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치킨 카레덮밥 vs 가츠동,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개인적으로는 가츠동이 좀 더 취향에 맞네요.



주인 아저씨도 인정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유낭의 음식

식사를 끝마치고 정리를 하는데 주인 아저씨가 '입맛에 잘 맞냐'며 '우리 집은 손님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려서...'라고 하시는데

저도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맵고, 짜고, 달고, 시고.. 이런 자극적인 맛을 내야 '맛집'이라고 많이 알려지는 요즘에

유낭과 같이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않은 음식들을 먹으면 '맛없다'라고 할 사람들이 꽤 많을 거 같습니다.


저도 자극적인 맛을 참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유낭의 이런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한 맛이 나쁘지 않네요.

유낭을 누군가에게 '맛집'이라고 소개할 용기는 나지 않지만 저는 생각이 날 때마다, 기회가 될 때마가 한 번씩

자극적인 맛에 지친 혀를 좀 쉬게 하는 곳으로 이용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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